Tiny Finger Point

 

최근 애플TV+ 시리즈에서 화제가 된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의 장편 영화, 애프터양을 (한참전에)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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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가 가지는 애정을 통해 한 가족이 진정한 사랑과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는 이 영화는 그 주제와는 정반대로 곳곳에 문화적 몰이해와 오리엔탈리즘으로 가득 차 있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감독은 사실 '파친코'를 연출하며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 모두의 입장을 공평하게 생각해보고 싶었다나 뭐라나 하는 쌉소리로 한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는데, 나는 파친코 드라마를 보지 않은 입장에서 이 영화의 호평만 듣고 연출을 기대하면서 보러 갔다가 정확히 그 논란이 되는 지점에서 크게 실망한 경우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클론 등의 존재는 현재 미국 내의 다양한 유색 인종들을 대놓고 상징한다. 인조 인간을 꺼려했던 콜린 파렐은 양의 기억을 찾아가며 그를 깊게 이해하게 되지만, 역설적으로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것은 중국 문화의 몰이해와 더불어 일본 문화의 숭배이다. 전체적인 만듦새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자명하지만(물론 나도 이와이 슌지의 팬이다. 하지만 그거랑 이거랑은 다른 거), 안드로이드 양이 각 가족에게 현학적인 대화를 통해 교훈을 깨우쳐 준다는 설정이나 집안 구석구석을 사진찍듯 보여주는 연출까지 일본 영화처럼 연출할 필요는 전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중국 문화의 뿌리를 알려준답시고 등장하는 장면조차 너무나 작위적이고, 그게 중국 문화나 정서에 실질적인 고증이 잘 되어있는지도 의문이다. 아역 배우에게 중국 대사 외우게 해서 읊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감독이 일본 영화를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건 어쨌건 상관은 없는데, 한국인 뿌리 내걸고 이런 영화는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만들거면 제대로 만들던가. 영화 주제와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고증에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미치겠는데 그게 한국계 감독이라니 민족적으로도 열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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