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전봇대 조명 아래
나 혼자 집에 돌아가는 길
가기 싫다
쓸쓸한 대사 한마디
점점 느려지는 발걸음
동네 몇바퀴를 빙빙 돌다
결국 도착한 대문 앞에 서서
열쇠를 만지작 만지작
아무 소리도 없는 방
그 안에 난 외톨이
어딘가 불안해 TV소리를 키워봐도
저 사람들은 왜 웃고 있는거야
아주 깜깜한 비나 내렸음 좋겠네 좋겠네
텅 빈 놀이터 벤치에
누군가 더녀간 온기
그 따뜻함이 날 더 춥게 만들어
그 온기가 나를 더
어제보다 찬바람이 불어
이불을 끌어당겨도
또 파고든 바람이 구석구석 춥게 만들어
전원이 꺼진 것 같은 기척도 없는 창밖을 바라보며
의미없는 숨을 쉬어본다
의미없는 숨을 쉬고
한 겨울보다 차가운 내 방
손끝까지 시린 공기
봄이 오지 않으면 그게 차리리 나을까
내 방 고드름도 녹을까
햇볕 드는 좋은 날 오면